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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야기

이그노벨상, 세상에서 가장 등신 같지만 멋진 연구들의 대향연

by 경청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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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기존 과학상과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진 이그노벨상을 만들어냈다. 이그노벨상의 본질은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서는 안 되는" 기발한 연구들에 대한 보상이다. 이 상의 이름은 '고귀함'을 뜻하는 'Nobel'과 그 반대 의미의 'ignoble'을 결합해, '고상하지 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를 위한 것이다. 이그노벨상은 전통적인 학문 연구의 경계를 허물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과학이 꼭 심각한 연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수상 업적들은 때로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예리한 통찰이 숨겨져 있으며, 때로는 기존의 틀을 넘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연구가 많다.

​이그노벨상 시상식의 독특한 축제 분위기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년 10월 하버드 대학 샌더스 극장에서 열린다. 이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여해 수상자에게 직접 상을 수여하며, 과학의 유쾌한 면을 마음껏 즐긴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관중들이 시상식장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시작하는 장면이다. 또한, 8살짜리 ‘스위티 푸’라는 꼬마가 수상자들의 긴 소감을 끊어버리는 것도 독특한 풍경 중 하나다. 스위티 푸가 “그만 하세요, 지루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시상식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또한,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배우, 정치인,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들까지도 60초 안에 강연을 하는 ‘하이젠베르크 확정성 강연회’와 같은 행사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24/7 강연’이라는 형식이 등장해, 강연자가 24초 동안 발표한 후 그 내용을 단 7개의 글자로 요약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흥미로운 시상과 기상천외한 행사를 결합하여 참가자들에게 큰 재미와 의미를 안긴다.

​한국과 이그노벨상 - 등신 같지만 뜻깊은 수상 이야기

​이그노벨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한국도 사실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여럿 나왔다. 1999년에는 FnC 코오롱의 권혁호 씨가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해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대규모 합동 결혼을 주도한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한지원이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커피가 흘러내리는 현상’을 분석해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는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액체가 어떻게 흘러내리는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독창적인 접근이었다. 최근인 2023년에는 변기를 이용해 소변과 대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한 박승민 박사가 공중보건상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의 이그노벨상 수상 업적들은 사회적 필요나 과학적 의미를 뛰어넘어 유쾌한 웃음을 전하고 있다.

​유머에서 과학적 성과로 - 등신 같은 연구에서 시작된 위대한 발견

​이그노벨상의 독창성은 '가볍고 황당한 시도로 보이지만, 이를 통해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안드레 가임을 들 수 있다. 2000년 이그노벨상을 받은 그는 개구리를 자석을 이용해 공중에 띄우는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다소 기발해 보였지만, 그는 10년 뒤 그래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며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인물이 되었다. 안드레 가임의 이야기는 이그노벨상이 단순한 유머를 넘어 참신한 발상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사례는 과학이 반드시 '무겁고 진지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가 실험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웃음 뒤에 숨겨진 철학적 메시지 - 이그노벨상과 인간적 통찰

​이그노벨상의 공식 수상 기준 중 하나는 "다시는 해서는 안 될 업적"을 달성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적은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연구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경제학상을 받은 연구는 스트리퍼 댄서의 배란기와 수입 간의 관계를 탐구했으며, 이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시도였다. 이처럼 이그노벨상은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인간 심리와 행동,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통찰하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그노벨상의 수상자들은 자주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깊이에서 이 상을 해석한다. '향기 나는 양복' 개발로 수상한 권혁호 씨는 시상식 후 “이 상은 우리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인간적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으며, 이를 통해 과학이 반드시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의 기쁨도 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그노벨상의 철학과 의미- 모든 기발한 발상은 과학의 씨앗

​이그노벨상은 기발하고 우스꽝스러운 발상이 결국 과학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이 상은 과학적 발견과 재미의 경계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과학적 발전의 원동력임을 상기시키며, 이그노벨상은 “웃음과 경각심 사이에서 과학을 탐구하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수상자 목록

  • ​1999년 환경보호상: FnC 코오롱의 권혁호: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하여 수상. 이 상은 향기가 나는 다양한 아이템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이그노벨상 수상 사례입니다.
  • ​2000년 경제학상: 문선명 총재 (통일교): 1960년 3쌍에서 시작해 1997년까지 360만 쌍의 대규모 합동 결혼을 이끌어낸 공로로 수상.
  • ​2008년 경제학상: 제프리 밀러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스트립댄서의 배란기와 수입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여 인간 행동 경제학을 탐구함으로써 수상.
  • ​2011년 수학상 : 이장림 목사 (다미선교회): 세계 종말을 예언한 종말론자 중 한 명으로서 '수학적 예측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며 수상.
  • ​2017년 유체역학상: 한지원: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커피가 쏟아지는 현상을 연구하여 수상. 민사고 재학 시절 작성한 보고서로 상을 받음.
  • ​2023년 공중보건상: 박승민 박사 (스탠퍼드 대학교): 스마트 변기를 개발하여 항문, 대변, 소변 상태를 검사하여 건강 진단이 가능한 시스템을 연구, 실용적이고 기발한 업적으로 수상.

​기타 흥미로운 수상자들

  • ​1991년 화학상: 자크 벤베니스트 (프랑스): 물이 물질의 특성을 기억한다고 주장한 연구로 수상.
  • ​2000년 물리학상: 안드레 가임: 개구리를 자석을 이용해 공중에 띄우는 실험으로 수상. 이후 2010년 그래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인물이 됨.
  • ​2008년 생물학상: 툴루즈 국립수의대 연구팀: 개에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수상.
  • ​2009년 공중보건상 ; 옐레나 보드나르: 위기 상황에서 브래지어를 방독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명품을 개발해 수상.
  • ​2011년 평화상: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시장 아투라스 주오카스: 불법 주차된 메르세데스 벤츠를 장갑차로 뭉개는 과감한 방식으로 불법 주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수상.
  • ​2012년 물리학상: 영미 연구진: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을 때 머리카락이 왜 특정 방식으로 흔들리는지에 대한 연구로 수상.
  • ​2013년 안전공학상: 구스타노 피조: 비행기 납치범을 낙하산 패키지에 집어넣어 경찰에 인도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수상. 이외에도 매년 여러 과학자와 연구팀들이 웃음과 교훈을 주는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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