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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 돌아보기/대기오염 大氣汚染

미국 도노라 스모그 사고 (Donora smog)

by 경청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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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라 스모그 사건은 1948년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공업도시 도노라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사건으로, 현대 환경운동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산업화와 환경 보호 사이의 불균형, 그리고 공공 보건의 미비한 대응으로 인해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산업화에 따른 대기 오염의 심각한 영향을 경고하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도노라는 당시 철강공장, 아연제련소, 황산제조공장이 밀집된 산업도시로, 제철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세기 초반부터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도시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공업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제철소와 아연공장은 막대한 양의 오염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었으며,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매연과 연기 속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기오염 상황이 만성화되어 있었지만, 당시 대다수의 주민들은 이곳 공장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오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공장은 생계의 중심이었고,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1948년 10월 말, 대규모 고기압이 도노라를 뒤덮으면서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기온 역전은 차가운 공기가 지면 가까이 머물고, 따뜻한 공기가 그 위에 자리 잡는 상태로, 이로 인해 대기의 혼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도노라의 공장에서 배출된 아황산가스, 유황산, 염소가스 등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도시를 뒤덮은 안개와 결합하여 매우 짙은 스모그를 형성하였습니다. 도노라의 지형적 특성상, 강 양쪽에 구릉지대가 위치하고 있어 바람이 불지 않으면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기 쉬웠습니다. 이런 기상 조건은 오염물질이 도시 상공에 계속 머물게 하였고, 그로 인해 공기의 질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도노라의 스모그는 점점 더 짙어졌고, 10월 29일이 되자 도시는 황색의 안개로 뒤덮였습니다. 할로윈 퍼레이드가 예정되었지만, 사람들은 바로 앞에 있는 행렬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가려졌으며, 미식축구 경기장에서는 관중들이 경기를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숨쉬기조차 어려워졌고, 소방관들이 산소 탱크를 메고 다니며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스모그 속에서 구급차조차 움직일 수 없어, 사람들은 손전등을 들고 직접 거리를 돌아다니며 응급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불과 며칠 만에 주민들의 43%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이 호흡기 질환, 눈과 목의 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 갔고, 그중 약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히 노인층과 만성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천식 환자의 88%, 심장 질환자의 77%, 그리고 만성기관지염 및 폐기종 환자의 79%가 증상이 악화되어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스모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 피해는 계속되었고, 최종적으로 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건의 여파로 사망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사람들에게 대기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각인시켰습니다.

도노라 스모그 사건 이후, 주민들의 항의와 대중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미국 정부는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US 강철(US Steel)과 같은 대기업은 이 사건 이후 일주일간 공장을 일시 중단했지만, 자신들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각 주정부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1952년 오리건 주가 처음으로 대기오염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였고, 이는 주로 연기와 분진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어서 1963년에는 연방정부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하여 대기오염 방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습니다. 이 법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법적 장치로, 대기오염 문제가 연방 차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1970년에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이 설립되었으며, EPA는 대기오염 배출 기준치를 설정하고 이를 엄격히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도노라 스모그 사건은 현대 환경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그 영향은 수십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한 1998년, 도노라 주민들은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비석을 세우고, 스모그 박물관을 설립하여 후대에 그 참상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이 사건은 대기오염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은 또한 대기오염 방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제와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결국 도노라 스모그 사건은 산업화의 긍정적인 경제적 성장 이면에 감춰진 환경적, 사회적 대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인류 건강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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