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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변 돌아보기/세상만사 世上萬事

임신 중 친척분이 돌아가셨는데, 상갓집에 가야할까요..

by 경청 200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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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아기가 잉태되는 그 순간부터 태교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태중에 아기가 들어서면 태아를 어엿한 한 인간으로 여겨 말과 행동을 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성정과 언행이 어머니를 닮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명문가에서는 내훈이나 계녀서를 두고 태교를 행했습니다. 특히 상류층 부인들은 고귀한 기품을 지닌 물품을 가까이 두고 쳐다보거나 어루만지면서 그 기품이 태중의 아이에게 깨쳐지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또 임신하는 순간부터 정결한 생각만 하고 부정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더욱이 불결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음란한 장소와 소리는 당연히 멀리하였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먹는 것은 태아에 대한 교육적 측면도 있었지만, 반대로 임산부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태중의 아기가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커지는 것은 누구나 같습니다. 때문에 이런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임산부에게는 많은 금기사항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임신하면 옆으로 누워 자지 말고, 가장자리에 앉지 말며, 사특한 맛이 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바르게 자른 것이 아니면 먹지 않으며, 자리가 똑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도록 한 것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금기시한 것이 임산부가 초상집에 가거나, 죽은 시체를 보거나, 초상집 음식 먹는 것이 었습니다. 임산부 앞에서는 난산, 사망, 사산이란 단어나 그런 뜻이 담긴 그 어떠한 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것은 충격을 받아 조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인이 임신하면 남편은 살생을 금할 뿐 아니라 산이나 들의 나무줄기조차 꺾지 않도록 해고, 땔감을 마련할 때에도 낫이나 도끼를 대지 않게 했습니다. 이와 같은 타부 관념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함부로 행동하거나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임산부와 태중의 아이를 보호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특히 산모가 정서적인 안정을 얻음으로써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성품이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상가집이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면 미리 양해를 구해 남편되시는 분께서 혼자 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아마도 이해를 하실 겁니다. 굳이 가야 된다고 하신다면 이러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시면 혹 참고가 되실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집필한 "사람의 한평생"(학고재)이란 책에 출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니 보시면 많은 참고가 되실 것 같습니다. 

답변에 도움이 되실런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정종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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