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심, 13년간 아프리카서 봉사…· "생큐, 꼬꼬 킴"
김혜심 교무는 약사 출신의 원불교 원로 교무로,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중앙대 재학 시절, 부모님의 독실한 원불교 신앙에 영향을 받아 서울교당에서 하숙하며 자연스럽게 교단과의 연을 맺게 되었다. 학생 시절부터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교무님과 함께 생활하며 원불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이어갔다.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학문에 매진하면서 약사로서의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그의 삶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원기 55년(1970년), 김 교무의 삶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재 사고로 친오빠를 잃은 경험은 그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세속적인 성공 대신,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길을 찾고자 하였다. 결국 박사 과정 중 출가를 결심한 그는 원불교 교무의 길을 걷기로 했다.
김 교무는 중앙대학교에서의 약학 공부를 마치고 원광대학교에서 약학과 강사로 활동하면서 교단의 가르침을 전하는 동시에 약사로서의 지식도 나누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큰 사명이 있었고, 원기 61년(1976년) 소록도에서의 의료봉사를 통해 그 길이 확고해졌다. 원래는 단기 봉사를 계획했던 그였으나, 소록도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차별을 직접 목도한 후 더 오랫동안 머물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의 8년 동안 그는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한센인들과의 삶을 나누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그의 봉사 정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기 81년(1996년), 50세의 나이에 김 교무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프리카 최초의 원불교 교당을 설립하고, 에이즈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펼쳤다. 에이즈로 인한 차별과 빈곤이 심각한 지역에서 그는 의료와 교육을 통해 지역 사회에 변화를 일으켰다.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랜드)의 작은 마을 카풍아에서는 에이즈 예방 교육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 훈련, 식수공사, 송아지 목축 사업 등 다양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01년에는 보건소를 설립하여 응급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에이즈 환자 쉼터를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의 면역력 증강을 위한 치료와 예방 교육을 제공했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의료 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로 이어졌다.
김혜심 교무의 노력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큰 감동을 일으켰고, 현지 주민들은 그에게 ‘블랙마더’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남아프리카 어린이들은 그를 ‘꼬꼬 킴’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가 지도한 청소년들은 원광센터에서 태권도, 사물놀이, 방과후 교실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그들 중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 미래의 꿈을 키워갔다. 김 교무의 봉사활동은 단순히 의료적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아프리카 어린이와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그의 헌신은 여러 차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2010년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2016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9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 의료봉사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만해대상 실천부문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수상 소감을 통해 그는 "이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고, 그의 삶의 모토인 ‘세상을 품는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금 일깨웠다.
김혜심 교무의 삶은 굳이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더 험난한 길을 선택한 결과였다. 그는 약사와 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센인들과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봉사라는 더 큰 사명을 선택했다. 그의 헌신은 원불교 교무로서의 책임을 넘어, 전 인류를 위한 사랑과 연민의 실천으로 확장되었다. 김 교무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희생과 헌신, 그리고 타인을 위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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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심 교무님은 전라북도 출신으로 이번 제28회 만해대상에서 실천대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김 교무님은 1995년, 아프리카 남아공을 방문하여 에이즈로 고통받는 현지의 어려운 상황을 목격하고 25년간 현지에서 봉사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 남아공에서 현지 이웃을 돕고 에이즈 환자들을 지원하며 헌신해왔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김혜심 교무님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전하며, 자신보다 훌륭한 일을 조용히 이어가는 많은 이들이 있음을 언급하며 송구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겠다는 첫 마음을 함께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모든 활동이 가능했다고 강조하며, 이번 상은 그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4.08.13 rev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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