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돌아보기/한국인물 韓國人物

16좌 완등 - 엄홍길

by 경청 2024. 10. 8.
728x90
반응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악인이자, 인류 역사상 해발 8,000m 이상의 산 16좌를 모두 완등한 최초의 인물인 엄홍길은 전 세계 산악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의 이름은 그가 이룩한 등정의 성취만큼이나, 네팔에서의 인도주의적 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히말라야의 극한 도전 속에서 얻게 된 교훈을 바탕으로 인생을 베푸는 삶으로 전환하고, 네팔에 학교를 설립해 현지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네팔인들 사이에서도 깊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엄홍길은 1960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3살 때, 가족과 함께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원도봉산 근처로 이주하며 그의 어린 시절은 산세가 험준한 자연 속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산을 오르며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던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정부에서 졸업한 후 양주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양주고등학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매일 2~3시간을 걸어 통학해야 했고, 이는 그의 강인한 체력을 길러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엄홍길의 도전정신은 단지 산에서만 발현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바다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81년 대한민국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해군 신병 224기로 입대한 그는, 갑판병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바다에서의 삶은 그의 새로운 도전 무대였으나, 그는 곧 경비정이 퇴역되면서 함정 근무에서 물러나 퇴역함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단조로운 업무에 실망을 느낀 그는 다시 한번 도전적인 길을 선택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에 지원하여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특수부대원으로서 복무하게 된다. 이 시절, 그는 해병대 하사로서 5박 6일 동안 경상북도 경주 감포에서 울릉군 독도까지 수영으로 이동한 경험도 있었다. 이 같은 경험들은 그에게 강한 정신력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었다.

해군에서 전역한 후, 엄홍길은 본격적으로 산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5년, 그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남서벽을 등반하려는 원정에 참여했으나 첫 도전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그는 1988년 9월 26일, 다시 도전에 나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8,000m급 산을 정복하게 되었다. 이 순간이 그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으며, 그 이후 16개 봉우리를 완등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엄홍길의 도전은 8,000m 이상의 산들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연 앞에서의 겸손함을 항상 잃지 않았다. 산을 정복한다고 말하지 않고, 산이 잠시 자신의 발걸음을 허락해준 것이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성취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철학은 그가 산에서 동료들을 이끌고 힘들고 위험한 등정을 수행할 때에도 일관되었다. 특히, 2007년 로체샤르 등정에서 그는 38번의 실패와 수많은 희생을 겪고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과 함께 등반했던 동료들의 희생을 떠올리며, 산이 그들에게 평화를 주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 정상에서조차 그는 다른 대원들이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한 대원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설맹에 걸린 동료를 직접 이끌고 내려왔다.

엄홍길의 위대한 업적은 단지 등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히말라야에서의 도전 후, 자신의 인생을 인류에 대한 봉사로 전환했다. 16좌 완등 후, 그는 더 이상 8,000m 이상의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네팔에 있는 열악한 환경의 학교들을 설립하는 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가 네팔에서 세운 학교는 그가 사망한 셰르파 동료의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되었다. 이 재단 사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대되었고, 졸업생들은 학교의 교사나 건설 현장의 현장 소장으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들로 성장했다. 2022년 기준으로, 엄홍길은 네팔에 19개의 학교를 설립하며 그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히말라야에서 느낀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안정적이었던 히말라야의 기후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산의 눈이 점점 녹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미래 세대가 자연을 보호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그의 공로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아 다수의 서훈과 상을 수상했다. 그는 체육훈장, 맹호장, 청룡장 등을 수상하였으며, 산악인으로서의 위상뿐 아니라 인도주의 활동으로서의 공로도 높이 평가받았다. 엄홍길은 자신이 이룬 성취와 더불어 후배 산악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며,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엄홍길의 여정은 단지 산을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함께, 이 세상에 더 나은 가치를 남기기 위한 노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728x90
반응형